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휄로쉽 교회 15주년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십오년이 됐으니 강산도 한번 반이나 변했습니다. 15년 전의 미국은 지금의 미국이 아니고, 15년 전의 워싱턴도 지금의 워싱턴이 아닙니다. 물론 한인 교계도 마찬가지입니다. 15년 동안 정말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겁도 없이 (물론 한편으로는 매우 두렵고 떨렸지만) 당돌하게 저의 집에 모여 시작했던 휄로쉽교회는 그 동안 많은 것들을 경험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여기까지 온 것도 물론 하나님의 은혜였고, 지금 우리가 우리 된 것도 다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15주년이라는 숫자가 가져다주는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인지, ‘왠지 15주년이 되는 해에는 무언가 좀 반성해보고 앞을 내다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혹시 누가 “다가오는 15년을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느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지금까지 해 오던 것을 조금 더 충실히, 조금 더 깊이 있게, 조금 더 확실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대답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 동안 많은 것을 잘하기도 했습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 ‘이렇게 될 수 있을까?’ 하며 실험용 개구리같이, 도마 위에 얹힌 심정으로 시행착오를 외쳐가며 꿈꾸었던 것이 오늘에는 이미 현실이 되어 있습니다.


"정말 이렇게 될 수도 있구나"하는 것이 저의 행복한 심정이요, 고백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잘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들이 있다면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고민입니다. 지금까지 정말 주위에 본이 되게 잘한 것도 많지만, 이젠 철이 들었으니까 지금까지 했던 것을 좀 더 잘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첫째, 우리는 지금까지 잘 연합하여 화목하고, 행복하게 함께 지내왔습니다. 이민교회의 특징은 분열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교인들은 자주 싸웠고, 그래서 많은 분열의 아픔을 겪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독해져가는 교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그 사이에 끼여 상처를 받고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는 싸움 없는 교회, 분열 없는 교회, 서로 화목하고 용납하는 교회, 웃음이 많고 인정이 많은 교회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불쌍히 보시고, 지난 15년간 단 한 번도 싸움이나 분열의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정말 화목하게 지냈습니다. 이는 정말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믿음의 공동체가 되도록 우리는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우리는 ‘생동하는 예배’를 드리기 원했습니다. 앉아서 구경하듯 쳐다보는 예배가 아니라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예배, 예배 가운데 공동 체로써의 역할과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예배, 성령의 임재를 체험할 수 있는 예배, 이런 예배를 드리는 것이 우리의 소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는 그런 예배에 이미 성공했습니다.
처음에는 약간의 우려, 심하면 욕을 먹어가면서 마치 우리가 무엇이나 잘못하는 듯 우리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돌아보니까 많은 교회가 우리 뒤를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예배를 드린다고 흉을 보던 교회들도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기들도 우리처럼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동하는 예배’의 선구자가 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만족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것도 오래 하다 보면 타성에 빠지게 되고, 까딱 잘못하면 형식으로 남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의 예배가 더 깊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예배의 ‘맛’을 알았으니 시식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잔치’에 참여하는 마음으로 정말 생동하는 예배를 더욱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셋째, 제자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교회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직 하나님을 믿지 않는 불신자들과, 혹시 믿을까 해서 조심스럽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구도자, 막 예수를 영접하고 구원의 기쁨을 맛보는 초신자, 예수를 믿은 지얼마 되지만 성장을 하지 못해 그냥 미적지근한 신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열심히 훈련 받아서 신앙이 성장하며 삶에 구체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예수님의 ‘제자’입니다.
우리가 처음 교회를 시작할 때, 막연히 교회 의자만 채우는 교인이 아니라, 나가서 세상을 변화시키고 제자를 재생산하는 ‘제자’를 만들겠다는 것이 우리의 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이 어느 정도는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요즘에 와서는 많이 약화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위, 속된 말로 제자훈련을 통해 ‘뒤집어지는 역사’가 초창기처럼 일어나지 않는다는 평가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다시 강화시키고 싶습니다.
머리만 커지는 지식적인 교인이 아니라 생활에 변화를 가져오는 능력 있는 ‘제자’로 만들고 싶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복음이 우리에게 말로만 전해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과 함께 임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헌신된 제자들만이 – 뒤집어진, 하나님의 사람들만이 – 세상을 뒤집어 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넷째, 우리는 한어회중과 영어회중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교회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이민 교회들은 심각한 고민과 갈등 속에 존재합니다. “교회의 사명이 1세가 먼저이고 그 다음 2세인가, 아니면 2세가 먼저이고 1세는 그 다음인가” 하는 우선순위의 차이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교회 리더쉽들의 시각과 해석에 거의 다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두 회중을 잘 절충할 수 있는 길이 저의 리더쉽과 그리고 중간에 끼어 있는 ‘1.5세대’들의 리더쉽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데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부부는 어렸을 때 미국에 왔다는 환경 때문에, 미국에서 태어난 저희 자녀들과 언어와 문화면에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우리 가 특별히 잘 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양쪽 언어와 문화를 이해한다는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산출된 혜택이었습니다. 저는 교회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1세와 2세를 다 잘 아는 목사와 리더쉽이 양쪽 교량 역할을 책임 있게 잘해 준다면 많은 노력이 없어도 그냥 자연스럽게 조정되지 않겠나 하는 믿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우리 교회에서는 이루어진 것입니다. 두 회중이 존재하고,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피부로 느낄 정도로 갈등이나 한계를 느껴본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냥 한 지붕 아래에서 잘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입니다. 원한다면 앞으로는 더 의도적으로, 그리고 더 계획적으로 우리의 힘을 합쳐 시너지(상승효과)를 발휘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두 회중을 지도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부담스러워 한 동안 제가 영어회중에서 손을 놓았었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들어가기로 결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선교하는 교회가 되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세계선교를 위해 많은 기도와 물질과 인원을 투자했고, 많은 단기선교 체험과 장기 선교사 파송을 했습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성숙한 선교를 하는 교회라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면으로는 예루살렘과 땅끝까지는 갔는데, ‘유대’와 ‘사마리아’를 외면한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가서 내 증인이 되라"고 하셨는데 우리는 우리가 사는 예루살렘, 즉 워싱턴 교포 사회에 많은 관심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땅끝, 즉 해외 선교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지만 상대적으로 우리와 함께 거하는 이 지역 사람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유대인, 즉 미국 사회와 우리처럼 이민자로 와서 살고 있는 타민족 선교에는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판단이 듭니다. 그래서 앞으로 다가오는 15년은 그 무엇보다 더 많은 관심을 우리의 ‘유대와 사마리아’에 보일 것입니다. 이것이 30주년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의 푯대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 하나님은 지난 15년 동안, 너무도 받을 자격 없는 우리들에게 특별한 배려와 은혜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동안 건강하게 잘 자랐습니다. 이제는 소년에서 청년기로 들어가는 시점으로, 지금까지 우리가 잘 해 온 것은 계속 지키면서,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둘씩 조심스럽게 책임지는 새로운 역사의 장이 우리 앞에 열릴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는 저와 함께 이 역사의 주인공이 되도록 하나님이 하시는 새로운 일에 같이 동참하시지 않으시렵니까?

담임목사 김원기

* 휄로쉽 교회 월간지 우리하나되어 9월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