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17
성순이와 형순이 이야기
브라질 김혜란 선교사(김선웅 선교사 짝꿍)

큰 아들 성순이는 뱃속에 있을 때부터 엄마 아빠 따라 선교 훈련을 받았다. 임신 8개월째 에는 인도네시아 정글을 누볐고 태어날 때까지 공동체 훈련 받다가 태어 난지 2주만에 훈련원에 다시 들어가 훈련 받고 5개월에는 필리핀에서 타 문화권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1년 10개월에 한국을 떠나 칠레에서 3개월 살다가 2살이 되었을 때 드디어 브라질에 정착을 하였다. 한참 어리광 부릴 나이에 엄마 아빠 언어 공부 한다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유치원에 다니며 브라질 사람 손에서 지내면서 한국말을 못해서 걱정을 하였지만 다행히 지금은 한국말을 잘하는 편이다. 언어공부를 끝내자마자 이사를 하여 깊은 산골로 집을 옮기는 바람에 한국판 타잔이 되어 숲을 누비며 살았다. 사냥도 하고 지렁이 잡아다가 낚시도 하고 나무 위에 올라가 그네놀이도 하며 아주 자연과 가깝게 살다가 안식년에 미국으로 가서 문명의 맛을 한번 보더니만 “ 엄마! 우리 여기서 살면 안 돼? 우린 한국 사람인데 왜 브라질에서 살아야 해?” 라고 질문하며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리곤 다시 브라질 숲속으로 돌아가 3학년까지 현지인 학교에 다니다가 시부모님이 선교 동역자로 오신 덕분에 도시에서 공부를 하며 현재 고등학교 2학년 생이다.(브라질은 11년 제이기 때문에 실제 나이는 16살이다. 지금은 학제가 12학년 제로 바뀌었다. 시부모님은 중요한 시기에 한 텀을 사역하시고 본국으로 돌아가셨다.)

성순이는 아주 까다로운 성격을 가졌다. 우리 집에서 자기가 가장 지저분하면서 남이 먹던 것 절대 안 먹고 컵이나 그릇 냄새 맡아보고 확인 한 다음 먹는다. 야채도 안 좋아해서 오로지 고기만 찾는다. 한국에서 살았으면 고기 살 비용 마련하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하도 편식을 하니까 남편이 겁 주느라고 성순이에게 말하기를 “ 야! 너 이런 식으로 군대가면 굶어 죽는다.” 성순이는 대답하기를 “ 나는 군대 안 가요.” (영주권자는 군대 면제임. 그러나 누가 알랴? 군대 자원하게 될 지….)  

어느날 남편이 성순이에게 미끼를 던졌다. “ 성순아! 너 용돈 벌고 싶지 않니?” 귀가 솔깃한 성순이는 “ 응! 어떻게 하면 벌 수 있는데?” “ 너 첫번째 교회에 가서 키보드 반주해라. 그러면 한 달에 50불 줄게.” 성순이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 응! 할 게. 꼭 용돈 줘야 해.” “ 그런데 성순아, 조건이 있어. 너 토요일 날 버스 타고 가서 찬양 팀 연습한 다음 거기서 자고 주일 아침에 예배 반주 한 다음 다시 버스 타고 내려와야 해.”  좋아하던 성순이가 시무룩해서 하는 말이  “ 어떻게 거기서 먹고 자라고…”  “싫으면 말고.” 며칠을 고민하더니만 용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는 드디어 운명의 그 날이 왔다. 성순이는 처음으로 혼자 버스를 타고 선교지로 떠났다. 하룻밤이 지나고 주일 날 우리는 두 번째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저녁 늦게 돌아왔는데 성순이가 집에 돌아와 있었다. “ 성순아! 어땠니? ” “ 몰라! 배 고파 죽는지 알았어. 먹을 것도 없고 잠자리도 불편하고 무척 추웠어.” “ 얘! 세상에 돈 벌기가 쉬운 지 아니? 그러니까 돈 받는 거 아니야? 아무튼 약속을 했으니까 돈 받고 싶으면 한 달은 해야 돼.” 그래서 그 다음 주도 할 수 없이 또 버스를 타고 선교지로 갔다. 주일날 집에만 오면 배 고프다며 밥 달라고 난리도 아니다.

드디어 한 달을 채우고 용돈 받는 날! 생전 처음으로 노동의 대가를 받은 성순이는 감격을 했는지 십일조랑 헌금이랑 제하고는 자기 지갑에 넣고는 너무 신나 했다. “ 성순아! 그만 할래? ” “ 아니! 계속 할래.” 그 놈의 용돈이 뭔지 성순이는 계속 하겠다고 했다. “ 배 고프다며? 춥고 불편하다면서 괜찮겠어? ” “ 돈 받으니까 참을 수 있어.” 그러면서 계속 선교지로 갔다. 그러기를 몇 달, 언젠 가부터 성순이가 배 고프다고 말하지 않기 시작했다. 어느 날 에리카를 만났는데 에리카 (성순이가 잠을 자는 집 가운데 한 곳, 교회 서리집사)하는 말이 성순이가 자기 집에서 뭐든지 잘 먹는다면서 야채 사라다를 특히 잘 먹는 다나.. 기가 막혀서 원. 집에서는 야채에 손도 안 대고 고기 타령만 하던 놈이 어떻게 남의 집에 가서는 야채 사라다를 먹는담? 이 배신감…

학교 갔다 온 성순이를 앉혀 놓고 심문을(?) 하기 시작했다. “ 김성순! 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니? 집에서는 야채 하나도 안 먹으면서 남의 집에서는 잘 먹냐?” 그러자 성순이가 웃으며 하는 말이 “ 엄마! 그 집에는 내가 먹을 게 별로 없어. 고기 요리도 조금만 해서 내가 많이 먹으면 다른 식구들이 못 먹어. 그러니 어떻게? 야채라도 맛있다고 하면서 먹어줘야지. 내가 안 먹으면 사람들이 실망할 거 아니야. 집에는 먹을 게 많으니까 야채 안 먹어도 되잖아. ” 아 이런. 그런 깊은 뜻이…..내 아들이지만 참 맘에 드네.

이렇게 작년부터 시작한 성순이의 아르바이트는 올 해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용돈은 경제적 사정을 핑계 삼아 인상을 안 하고 작년과 똑 같은 액수를 주고 있다. 그래도 성순이는 신나서 버스를 타고 간다. 그러면서 생색내기를 “ 엄마! 나 돈 때문에 하는 거 아니야. 하나님께 잘 보여야지.” “ 그래? 그럼 요즘 엄마 돈 부족한데 용돈 돌려줄래?” “ 아니… 엄마는… 그건 그거고 약속은 약속이지.” 그럼 그렇지. 니가 용돈 안 받고 하겠냐?
그런데 올 해 1월,2월 3월 삼개월 동안 선교비가 너무 적게 와서 성순이 용돈을 주지 못 했다. 사정 이야기를 들은 성순이는 “ 괜찮아. 나 용돈 안 받아도 일 할 꺼야.” 전에 성순이가 한 말은 빈 말이 아니었다. 돈 때문에 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행동으로 보여주었다.(4월 달부터 다시 용돈 주기 시작함)

성순이가 간 이후로 첫번째 교회의 음악 수준이 많이 좋아졌다. 키보드를 치니까 키타만 가지고 찬양하는 것 보다 더 수월한가 보다. 이제 성순이는 브라질 음식을 너무 잘 먹는다. 우리 교인들이 나보고 하는 말이 성순이는 브라질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이 브라질 여자랑 결혼해야 한다고 한다. 글쎄.. 그건 내가 결정해야 할 문제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
아무튼 계속 열심히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아가는 성순이가 되기를 바라며 성순이 화이팅!

둘째인 딸 형순이는 외국인이다. 한국 사람이면서도 브라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브라질 국적을 가졌다. 우리가 비자가 만료되어 불법 체류자로 있었는데 형순이가 태어나는 바람에 영주권을 받을 수 있었다. 브라질은 아이가 태어나면 자국민인 아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부모와 형제에게 영주권을 준다. 그래서 딸을 낳으면 영주, 아들을 낳으면 주권이라고 이름을 지으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하마터면 영주가 될 뻔한 형순이 덕에 우리 가족이 브라질에서 계속 살 수 있게 되었다. 효녀가 따로 없다니까..

어렸을 때부터 친구가 없어(숲속에 살 때 집들이 멀리 떨어져 있어 혼자서 놀러 가기가 힘들었음)  오빠하고만 놀다 보니 총싸움, 자동차 놀이, 나무 타기에는 능숙한데 인형놀이나 소꿉장난 같은 것은 한번도 못했다. 그리고 안식년을 가서 선교관에 있는 다른 여자 애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이랑 소꿉놀이를 보고 배워서 가끔 놀곤 했다. 그런데 브라질로 돌아와서는 다시 그런 것들은 집어 던져 버리고는 오빠랑 똑같이 남자 아이들이 하는 놀이를 하며 놀았다. 아무래도 평소 하던 것이 더 맘에 들었나 보다.

형순이의 별명은 원더우먼이다. 둘째라서 오빠랑 무조건 경쟁해서 이기려 하고 그러다 보니 힘도 쎄지고…. 도시로  이사 와서는 웬 먹을 게 이렇게 많은지 먹을 것의 유혹에 넘어가서 그만 체중이 잔뜩 불어 버렸다. 키는 엄마인 나 보다 더 크고 힘 역시 대단하다.(현재 중학교 2학년, 14살임) 오빠가 선교 지에 가서 일하면서 용돈 받는 것을 보더니 자기도 샘이 났는지 어느날 아빠에게 투정을 부렸다. “아빠! 왜 오빠만 용돈 주고 난 안 줘?” “ 그거야, 오빠는 선교 지 가서 일하니까 그렇지.” “ 나도 용돈 주면 안 돼?” “ 너도 그럼 선교지 가서 일 해. 그러면 용돈 줄게.” “ 알았어. 나도 이제부터 갈 거야.” 이 때 성순이가 하는 말 “ 야! 넌 선교 지 가서 뭘 할건데? 키보드는 내가 치는데 너가 할 수 있는 게 뭐야?” 곰곰히 생각하던 형순이 왈 “ 아! 있다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컴퓨터로 파워 포인트 만들어서 예배 시간에 사용하면 되잖아.” “ 그거 좋은 생각이네. 형순이도 그럼 이번 주부터 오빠랑 같이 선교 지 가면 되겠다.” 내가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래서 토요일 날 성순이와 형순이는 함께 버스를 타고 선교 지로 갔다.

토요일 오후 아이들이 없는 집은 너무나 조용했다. “ 야! 신난다. 아이들 없이 우리 둘만 있으니까 신혼기분 난다.” 남편이 좋아하는 나를 보더니만 “ 그렇게 좋아? 우리 외식할까?”
정말 오랜만에 단 둘이 외식을 했다.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 선교 지에서 생활하면서 우리 둘만 식사한 적이 거의 없는데 아이들이 모두 선교지로 가버리니까 이렇게 편안할 수가…
아이들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토요일 오후 모처럼의 여유는 우리 부부로 하여금 신혼의 기분으로 돌아가게 해 주었다.
주일 저녁 집에 돌아온 형순이가 “ 엄마! 난 얼마 줄 건데?” “ 얘! 모든 건 실습이란 게 있는 거야. 넌 지금 처음 해 보는 거니까 많이 줄 수는 없어. 그리고 그건 단순 노동이잖아. 넌 한 달에 25불만 줄게.”  “ 잉! 너무 조금이야.” “ 싫으면 말고.” “ 아니야. 알았어. 할 게.”

이렇게 해서 성순이와 형순이는 용돈 받을 욕심에 선교 지에서 일하게 되었다. 한 달에 75불 지출하고 얻는 둘 만의 시간. 75불 이상의 충분한 값어치가 있었다. 아이들은 일하니까 용돈 벌고 또 사역도 하고(하늘나라에 상급을 저축 중) 우린 우리대로 좋은 충전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일석 삼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사실 브라질에 있는 다른 선교사 자녀들은 상 파울로에 있는 한인교회를 다니며 장학금을 받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선교지 교회 다니며 용돈을 받고 있다. 가끔씩 돈이 부족할 때에는 유혹을 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아이들을 한인교회로 보내고 싶지는 않다. 그냥 이대로 열심히 선교 지에서 일하는 모습이 더 보기 좋다. 내가 내 아이들 조차 마음 놓고 보낼 수 없는 선교 지의 교회라면 어떻게 선교지 사람들에게 우리 교회에 오라고 초청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도 그 교회가 과연 교회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모든 선교지 교회들이 선교사 자녀들까지도 믿고 보낼 수 있는 교회들로 성장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또한 우리 성순이, 형순이 처럼 선교 지의 교회에서 일하는 선교사 자녀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나오기를 소원한다.

지금도 선교 지 현장에서 엄마 아빠를 도와 열심히 일하고 있을 우리 선교사 자녀 모두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임하기를 바라며 MK 화이팅!!!

저희 아들과 딸을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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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6
11:28:04 (*.74.18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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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봉

2009.07.06
21:40:46
(*.106.6.182)
김선웅,혜란 선교사님,
올리신 글 재미있고 은혜스러웠습니다.
하나님의 돌보심이 늘 함께 하시길 빕니다.

체이니, 민자

2009.07.07
16:17:23
(*.178.59.153)
읽으면서 너무 재미있고 감동이 되어 많이 웃었습니다. 한 번도 못 봤지만 아이들이 너무 자랑스럽고 무척 귀여울 거란 생각이 드네요. 이 곳에 오시면 안내는 못해드려도 점심 식사 한 번 대접하고 싶습니다. 미쉘엄마(301-542-7310) 먼저 연락 없으시면 제가 찾도록 하겠습니다.

김선웅

2009.07.13
17:05:15
(*.2.253.95)
김일봉 집사님..오이코스 가족들이 눈에 선합니다. 지난 방문 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계속해서 브라질 영혼들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그리고 언젠가는 오이코스 가족들이 브라질을 방문하는 날이 꼭 오겠지요? 기다리겠습니다.

김선웅

2009.07.13
17:08:27
(*.2.253.95)
미쉘어머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답글을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요...
아이들에게 많은 힘이 됩니다. 미국 방문은 당분가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 브라질에서 꼭 전화 드리겠습니다. 미쉘 가족위에 우리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와 능력이 함께 하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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