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바울 선교사 터키 하타이 안디옥 소식

by alexkang posted Feb 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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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넷째날 2 9() 그리고 다섯째날2 10() 마지막 일지

터키 하타이 안디옥 소식 장성호(사역명 : 안바울)

 
31. 집에서 믈건을 챙겨나와 무너진 교회앞으로 가서 터키인 시리아인 한국인 그리고 지나가는 이슬람 지인들까지 초청해 기도했다.

32.
각각의 언어로 기도하고 마음에 있는 말들을 쏟아내었다. 분노와 원망보다는 기대와 감사가 넘치는 기도였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무너진 폐허까지 아름답게 보였다

33. 자유로운 각자 기도를 마쳤는데, 자유롭게 서다보니 사진이 이쁘게 안나왔다고 동그랗게 손잡고 기도했으면 좋겠다고 한국인 동행자인 미디어 자료 준비하시는 분이 부탁했다. 역시 미디어는 무섭다. 기도도 모양잡고 하게 만들어준다!

34.
기도를 마치고 2000년 전통의 정교회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안디옥의 명동 같은 곳이었는데 정말 모든 건물이 다 무너져 내렸다. 정교회 건물도 안디옥개신교회 건물처럼 처참하게 무너져있었다

35. 폐허가 된 정교회 앞에 떨어진 아랍어와 영어로 된 정교회 역사책을 주워왔다

36. 곳곳에서 들려오는 생명신호 확인 외침과 중장비 소리들, 가족이나 지인의 생사를 확인 하려는 절규들을 지나서, 교회 앞에서 기도하러 갔다가 다툼에 휘말려 칼 맞을뻔 한 우리 동지 2000년 그리스도인의 자부심을 가진 전우의 집에 방문하였다

37. 가파른 언덕을 지나서 간 그곳에서는 공터에 추위를 이기려 모닥불을 피우고 멍하니 앉아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38. 그 모닥불 무리중 나를 보더니 반갑게 인사하는 아주머니가 있는데, 도저히 누구인지 기억이 안난다. 하지만 지진 가운데 생존한 동지애와 함께 가족의 생사를 묻는 전쟁에서나 나올 인사말들이 오간다

39. 반쯤 무너진 건물 앞에 소년둘이 우리일행을 보고 하소연을 한다. 12세의 동생이 매몰되어 있는데 처음에는 생존신호가 들려오고 대화도 했는데, 이제는 더이상 소리가 나지 않는다며, 체념하듯 이야기 한다

40.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야 있는 작은 건물들에는 구조의 손길이 제때 미치지 못하고, 자기들이라도 구조하고 싶지만 콘크리트 구조물을 들어올릴 장비도 없다며 한탄한다

41. 처음 며칠은 대체로 간곡히 부탁하거나 안되면 윽박지르며 구조대를 협박이라도 하지만 72시간 이상이 지난 이때쯤에는 체념이 되어 무너진 건물주변에 멍하니 앉아있는 이들이 늘어간다.

42.
모닥불 무리와 주변의 사람들에게 통조림과 기타 가져온 물건들을 나눠주며 살아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기를 바랬다

43. 차로 조금 밑동네로 골목길로 내려가다 맞은편의 승용차와 맞닥뜨렸는데 서로를 응시하다가, 차를 길가로 붙이면서 창문을 내리고 서로가 생존했다는 것을 기뻐하지만 섣불리 가족이나 친척의 생존을 묻기가 두려운 어색함이 잠시 흐른다.

44.
밑동네에는 재난현장과 어울리지 않는 주황색의 화려한 야외용 텐트에 앞에 모닥불을 피고 앉아있는 여인들과 아이들이 보인다.

45.
가져온 물품들을 나누며 주황색텐트를 넌지시 물어본다. 대체로 재난 현장의 큰 로고가 있는 흰색이나 잿빛이 아닌 주황색 텐트는 무엇일까?

46.
휴가가서 해변에서 쓰려던 대형 텐트가 무너진 집 옆에서 집으로 쓰일지는 몰랐다는 여인의 하소연이 돌아왔다.

47.
하소연과 함께 아이들을 가리키며 아이들의 점퍼와 양말 털슬리퍼등이 필요하다며 어른들것은 괜찮아도 자신의 아이들것은 먼저 꼭 챙겨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는다

48. 시리아 난민 사태때에도 피난온 가장 큰 이유랑 다른 나라로 가고 싶은 가장 큰 이유가 자신들의 자녀들의 더 나은 삶을 의해서라는 부모들의 공통적인 말들이 생각났다

49. 부모는 자신의 자녀들이 해변에서 쓰이는 여름용 텐트에서 떨지않을까 걱정하며 두꺼운 의류를 부탁하고 자녀들의 현재를 걱정한다. 또한 앞으로 이상황에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더  나은 삶을 살게 할까 하는 미래를 걱정한다.

50.
걱정은 사랑이다.

51.
이런 걱정을 가지고 안디옥에 남아있는 가정을 만나기로 한 장소에 갔다

52. 거기서 반갑게도 한국에서 온 구조팀 캠프를 방문할수 있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구조팀 가운데서 대화를 나누는 머리하나는 더 올라간 구조다 조끼가 아닌 일상복을 입은 한국인이 보였다

53. 주터키 한국 대사였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터키 한국인 사역자 협의회 회장이라는 감투를 내세우며 어줍잖게 존재감을 어필해본다.

54.
그리고 넌지시 가파른 비탈길에서 구조대를 기다리는 동네에 한국 구조팀 파견 가능성을 타진해보지만, 개인적인 부탁으로 움직일수 있는 팀이 아니라는 것을 이내 깨닫는다.

55.
생명은 종교와 인종과 성별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같은 무게이기에 원칙에 따른 구조가 이루어질수 밖에 없는 것이다

56. 전기와 통신 및 난방도 없는 곳에서 구조대와 이틀이나 차박을 하면서 초췌해진 대사님과 그 옆에서 꼬박 동행한 키 작은 여자 영사님의 모습에 스스로가 머쓱해진다.

57.
태극기를 들고 대사님과 같이 사진을 찍으면서 옆에서 대사님의 큰키가 더 느껴졌고, 그 앞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구조대의 모습을 보니 한결같이 날렵하게 보이지만 키가 큰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58.
아마도 긴급구조대가 무너진 건물위를 올라서고 빈틈으로도 진입을 해야 하기에 작은 키가 필요할수도 있을것 같았다. 근데나는 구조대도 아닌데 왜이럴까?

59.
안디옥에 남아있는 가정을 만나러 가니 중간에 부부와 딸이 서있는 뒷모습이 보인다. 몰래 다가가 놀래키려다가 인기척을 눈치챈 부부가 뒤를 돌아보더니 나와 아내를 보고는 금새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더니 흐느끼면서 나를 감싸앉는다.

60.
놀래키려던 장난을 치려던 나도 그들의 붉어진 눈시울을 보니, 마음이 격양된다

61. 우울한 분위기를 마치려 급히 가져온 생필품과 구호품을 나누니, 이런것은 필요없고 단지 우리가 너무 보고싶었다고 그래서 한달음에 달려왔다는 공치사를 했다. 하지만 공치사라고 썼지만 그들의 진심이 느껴진다.

62. 3
시간 30분 거리를 8~10시간 걸러온 보람이 느껴진다. 지진 다다음날에야 연락 되어서 빨리 도시밖으로 나오라는 권면에 식구가 많은데 괜찮냐고 되물어 부부와 딸 한명 3명인데 뭐가 많냐고 하니 식구가 10명이란다. 부모님 처가부모 형제들이 있다.

63.
맞다. 여기는 중동이지. 식구의 범위가 넓다. 교회 올때는 식구의 범위가 넓어 많이 올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하다가, 막상 10명을 빼내어 책임을 지려고 하니 머뭇거렸던  내 모습이 부끄럽다

64. 그런 머뭇거림을 느꼈는지는 몰라도 이 가족은 연로하신 부모님이 고향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하기에 자신들도 남아있겠다고 한것이다

65. 시리아 내전 전쟁통에도 많은 노인들은 고향에 머물기를 택했었다. 피난가다 죽느니 평생을 살아온 고향에서 잠들고 싶다는 이유였다

66. 엊그제 머뭇거림이 미안해서였는지 괜시리 더 쾌활하게 이야기 하고 특별히 가져왔다면 특별하지도 않은 물품들을 더 많이 챙겨준다

67. 또 보자는 말을 남기고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 무심한척 주머니에 재빠르게 현금을 넣어주었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여기서는 돈으로 살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것을

68. 뉘엿뉘엿 지는 해를 보고 서둘러 길을 떠났다. 행사때 뮤지엄 호텔에 남겨둔 한국인 일행의 캐리어를 찾으러 갔다. 있으리라는 희망은 없었는데, 굳게 닫힌 문앞에서 강도들을 막으려 지키는 보안요원이 짐보관실로 안내를 해주니 덩그러니 캐리어 한개가 놓여있다. 지진가운데서도 흠집 하나 없이 살아남은 캐리어!! 너도 대단하다

69. 길을 나서니 여전히.도시를 빠져나가려는 행렬이 길다. 그 행렬 사이로 끊임없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앰뷸런스와 운구차도 이제는 익숙하다

70. 움직이지 않는 차량행렬 속에서도 어느샌가는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다.

71.
그렇게.잰걸음 처럼 8시간을 가니 겨우 시내를 빠져나올수 있었다.

72.
중간 중간 막히는 길을 지나서 한참을 가서 만난 첫번째 휴게소. 이번주 내내 항상 복잡하고 쓰레기가 널부러져 있다.

73.
그런데 행색이 다들 똑같다. 남여노소 할것 없이 겨울에 안 맞는 아래는 잠옷바람에 두꺼운 잠바차림에 슬리퍼가 많다. 재난후 챙겨나오지 못한 흔적이.역력하다

74. 운전대를 잡고 운전하는 동안 새벽 1시에도 아내는 차안에서 전화 인터뷰를 한다. 교민이지만 특파원 처럼 해달라는 피디의.요청에 금방 목소리 톤이 바뀐다. 프로다!!

75.
인터뷰 진행중 지나가는 앰뷸런스 소리가 시끄러워 조금내려진 창문을 완전히올려서 앰뷸러스 소리가 작아지자, 앰뷸런스 소리가 현장감이 있다며 창문을 많이 내려달라고 한다! 춥다고 이 방송쟁이들아-

76.
그렇게 가는 도중에 인터넷과 전화가 잘 안되는 와중에.일반문자가 온다. 다리를 다쳐서 못움직이던 교회 자매가 엄마와 오빠와 함께 오늘 안디옥을 빠져 나와서 쉼터로 갔는데 방이 없다는 연락이었다.

77.
예약에 착오가 생겨서 없어진 것이다. 다친 몸을 끌고 간 자매와 가족에게 너무 미안한데 할수 있는것이 없다. 피난민이 몰려들어 숙소에는 전혀 방이 없는 것이었다

78. 전화와 인터넷이 안되는 지역이라 허둥대고 어찌할바를 모르다가 그 자매가족은 자신들이.알아봐서 다른 숙소로 갔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추운 새벽이.다친몸을 끌고 이동한 가족을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무겁다

79. 이런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오니 새벽 3 30분이 되었다.

80.
숙소에서 새벽 5시에 나갔는데- 21시간 30분만에 돌아왔다!

81.
그런데, 한국인 동행이 아침에 방키를 프론트에 맡기고 갔다고 숙소 도착해서 이야기를 한다. 아뿔사 여기는 키맡기면 방빼는데.

82.
아니나 다를까 방이 없다.

83.
허탈하고 황당한 일에 어이가 없는데.이 친구는 여유가 있다. 한참 먼 다른 도시로 이동해서 츨국을 한다는 것이다ㅡ

84. 와 신박한데. 어차피 이쪽은 지진과 취재팀들로 비행기가 없으니 장시간 북쪽으로 이동하면 차에서 졸면서 숙박비도 아낄수 있는 것이다

85. 갑자기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성경(?) 말씀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암튼 성경말씀같은 구절이 떠오른다

86. 이 친구를 새벽에 보내니 5시가 되었다. 전날 숙소 나간지 딱 24시간이 되었다!!

87.
혹시나 궁금해서 안디옥에서 만난 목색눈 자매 일행을 데리고 나오는 안디옥 후발팀에 전화를 하니,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단다. 어제 차박에 초췌해졌는데, 15시간 운전이라니-

88.
의리상 도착할떄까지 기다리려는 어줍잖은 패기는 이미 쏟아지는 눈꺼풀과 함께.잠겨버린지 오래다.

89.
머리가 닿지도 않았는데 내가 자고 있다. 7.8.강진에서도 살아남은 내가 4일동안의 피로로 과로사 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90. 몇시간의 눈을 부치고 일어나니 많은 연락이 와있다. 지난 며칠간 깨달은것은 모든 연락에 다 답을 한다고 욕을 덜먹는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91. 가뿐히 향후 대답을 기약하고 아침을 먹으러 가니 어제 후발팀이 아침을 하고 있다. 반가운 터키인과 시리아인 후발팀에게 상쾌한 아침인사를 건넨다

92. '일찍일어났네?' - 어라 가벼운 질문에 반응이 이상하다. 녹색눈 자매 일행을 탈출 목적지까지 모셔주고 지금 왔단다!!! 3시간 30분거리가 15시간이 넘었다-

93.
어색한 웃음을 짓고 아침 스프 한 수저떳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아우 C

94.
지진후 다섯째날 2 10() 하루가 시작되었다.

95.
분주한 하루는 미뤄졌던 지진사태에 대한 장시간 회의로 시작했다. 그리고 지진으로 다친 사람이 병원의 확인서를 받으면 갈 수 있는 정부 난민캠프에 머무는 안디옥 가족을 만나서 해후를 한다

96. 이스탄불에서 준비되어 공수된 물품을 그 가족에게 잔뜩, 물자가 풍부한 정부캠프에는 조금 나눠주고 정교회로 떠났다

97. 2000년동안 '그리스도인' 이라는 이름을 지켜온 안디옥 정교회인들이 이쪽 정교회로 100명이 피신해서 교회에 머물고 있다고 하여서 찾아갔다.

98.
너무 반갑게 맞아주는 정교회 재단 대표와 정교회 신부가 어색하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던것 같은데. 지진으로 마음이 낮아져 개신교 높이로 내려왔나 보다.

99.
이스탄불에서 준비해온 팀의 물품을 나누고 함께 사진도 찍고 헤어져 탄투니 먹고 오전에 확정 안난것을 마무리 짓는 회의를 하고 돌아오니 12시가 넘었다

100. 일지를 기다린다는 분들이 계셔서 쓰다보니 새벽 2 24분이다. 2시간 정도를 썼구나. 인터넷 안되는 꽉막힌 차들 사이에서 무료함을 달래려 잊지 않으려 아주 무거울수 있는 이야기를 최대한 덤덤하게 쓰려했다. 이제는 막을 내려야겠다...

'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두 손 모음 제목

1. 강진으로 인한 매몰자들의 구조작업이 진행되는데 시간이 갈수록 시신수습작업이 되고 있습니다. 작은 호흡이라도 있는 사람들이 버려지지 않고 다들 하나님이 허락하신 생명을 연장할수 있도록

2.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남겨진 가족들과 친지들이 희망을 잃고 트라우마가 심해지는데 그들 모두 잘 회복될수 있도록

3. 안디옥 개신교회의 연락되지 않았던 성도가 사망했다는 비보가 들려왔는데 저를 비롯한 우리 공동체가 깊은 슬픔과 애도를 하지만 소망을 잃지 않도록

4. 국가적 재난으로 사회 전체적으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지진지역에 무질서와 흉흉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하나님께서 이곳을 치유하시도록

5. 지진을 겪은 선교사와 장인 장모님 자녀들도 여러가지 어려움들을 보이지 않게 겪고 있는데, 이것을 잘 이겨내서 이 공동체의상처입은 치유자로서도 잘 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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