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교육, 꼭 해야 할까요?

by 정명철 posted Aug 2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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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엿보기 7-한국계 이민자들의 공통적인 고민, 한국어 교육
  
'자녀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반드시 해야 하는가?'

외국에 체류하거나 거주하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부딪치는 질문이다. 평상시에 이런 질문을 늘 달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어 교육을 시도하다가 난관에 부딪쳤다거나 어떤 경로를 통해서건 한국어 교육의 당위성에 대한 도전을 받았을 때 이런 질문과 직면하게 된다.

대다수의 한국계 이민자들은 자녀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고도 당연한 과제로 생각한다. 마치 한국 사람들이 영어에 대하여 '강박적인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 이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중요시 한다. 그러나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가 주류인 문화권에서 살다보면 한국어 교육을 지속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닫게 된다.

처음에는 하루가 다르게 영어를 흡수하듯 받아들이는 아이들을 대견스레 바라보다가 나중에는 한국어를 잊어버리게 되는 것을 안타까워하게 된다. 그래서 한국어 공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데, 그것이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자녀들의 영어 실력이 다른 미국 아이들에 비해 뒤쳐지기가 쉽기 때문에 영어나 다른 교과의 공부에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영어를 미국 본토박이들처럼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민자들의 자녀들은 언어 교육면에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그것이 잘 드러나지 않다가 고학년에 들어가서는 격차가 크게 나타나게 된다. 이런 문제에 민감한 부모들은 한국어 교육을 포기하고 영어 교습을 따로 받거나 하면서 영어 교육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간혹 한국인들 중에서 '한국어 교육을 왜 해야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당위성에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이런 사람들 중에서 상당수는 과거에 한국어 교육을 시도했었지만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어려워서 포기한 경우가 많다.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는 대신, 자신의 생각을 바꾸어 버린 경우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자기의 자녀들을 위하여 한국어 교육을 시도하기 전에 왜 교육을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어 교육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계 이민자들이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동기 또는 이유에 대하여 살펴보자.

이중 언어 구사자들(Bilinguals)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 일반인들보다 크기 때문에 한국어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는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이 되어가는 추세여서 그만큼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가 중시되고, 다른 나라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어 교육을 제2외국어 교육의 하나로 인식하는 것이다.

자녀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관계를 유지하고 부모 자식 간의 이해와 공감을 높이기 위해서 한국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민 1세대들은 모국어가 한국어인 만큼 아무리 오래 외국에 체류하고 거주하게 된다고 해도 해당 지역의 언어와 문화를 습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그들의 자녀 세대들은 놀랍고 당황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주류 문화에 동화되어 간다. 이렇게 되면 부모 자식 간에 이해와 의사소통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자녀들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다지기 위하여 한국어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이것은 이민 생활의 오랜 경험 속에서 체득하게 되는 절실한 교훈이기도 하다. 이국에서 살아가다 보면 '소수자'로서 겪게 되는 어려움들이 예상 외로 많다. 특히 백인이 주류인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한국계 이민자들은 영어를 뛰어나게 구사하고 실력이 우수하다고 해도 때때로 '소수자'로서 차별을 겪게 되는데 이러한 어려움들을 만날 때 스스로 지혜롭게 해결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체성 형성의 기본이 되는 한국어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한국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는 다양한 근거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스스로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과 목적을 깊이 인식하지 않는다면 중도에 포기하기가 쉽고, 지속적으로 자녀의 한국어 교육에 헌신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교육을 꼭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각자가 풀어야 할 문제로 남는다.


  www.NewsNJoy.us  강희정 ( rivernwi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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